커다란 솥단지 가득
깨끗이 씻은 포도송이 알알이 담아
하얀 설탕가루를 소복히 뿌려
중간 불에 뭉글뭉글 끓인다...
눋지 않도록 가끔 큰 국자로 휘~ 저어준다...
어릴때부터 엄마가 잘 만들어 주시던 과일잼...
이번엔 포도잼이다..
집안 구석구석 포도향이 배인다..
솥뚜껑을 살짝 열어보다 시큼한 연기에 취해 버렸다..
언제쯤이면 끝나냐고 엄마에게 연신 묻다.. 꾸중을 듣는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기다림..
포도잼은.. 딸기잼과 달리 짧은 시간을 끓여야 한다..
포도.. 설탕.. 온도.. 시간.. 정성.. 그리고 기다림..
이 모든 재료의 완벽한 조화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잼이 완성되는 거다..
엄마는 이번엔 실패인 것 같다며..
너무 묽은 포도잼을 보며.. 한숨이시다..
하지만.. 난 안다..
이 신비한 단지속.. 달콤한 독약은.. 아침이면.. 그 효력을 발휘할 꺼라는 걸..
꼬마는..
늘.. 과일잼을 만들때면..
우리가 잠든 사이.. 작은 요정이 나타나서.. 마지막 재료를 섞을꺼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열어 본 단지 속엔..
쿡쿡..
젤리형태의 완벽한 포도잼이 있다..
살짝..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본다..
달콤한 아침이다..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