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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bourne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찬기운이 가득한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갔던 곳... 비오는 날의 바다라...
종착역인 이스트본에 도착하면서 기장아저씨는 "Welcome to beautiful sunshine Eastbourne" 이라고 해서 기찻간의 모두에게 잠깐의 웃음을 줬다.

한적한 바닷가를 옷깃을 여민 채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기억.
운동화가 흠뻑 젖어서 차가운 발에 계속 몸을 떨었던 추위...
바람을 뚫고 올라간 마을 언덕에서 뿌연 안개를 헤치며 바라 본 마을 풍경과 쓸쓸한 바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눈이 부시도록 밝은 어느 날, 나는 문득 그 바다가 궁금해져서 다시 길을 나섰다.


비바람이 불던 날의 흔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끔하고 밝은 모습의 시원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서울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이 심하게 헝클어져 있거나... 울적한 기분이 들 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웃고 있어도... 허전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
나는 늘... 동물원 옆 미술관을 찾곤 했었는 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곳에 들러 보고 또 보는 그림들과... 시야가 넓은 호숫가 주위를 산책하면.. 어느새 마음이 가라앉고.. 그저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곤 했었는 데....

그런 곳을 하나 발견한 것 같다... 나는...